해외 묻힌 독립유공자 유해…대통령 전용기로 고국 품에

입력 2019-04-21 17:27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 봉환
홍범도 장군 유해송환도 추진



[ 김형호 기자 ]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가 처음으로 대통령 전용기(공군 2호기)로 운구돼 고국으로 돌아온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누르술탄국제공항에서 주관한 유해봉환식에서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의 유해 봉환을 위해 카자흐스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했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고국으로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유해봉환식을 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지사의 유해 송환은 문 대통령이 2017년 8월 광복절을 맞아 청와대에서 연 독립유공자 간담회에서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송 의전을 격상하고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본격화됐다.

계 지사는 함경남도 영흥 출신으로, 임시정부 수립 이후 북간도 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 활동을 했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뒤에도 민족교육에 전념해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했으며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황 지사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3·1운동에 참가한 뒤 러시아 연해주에서 선전공작을 통해 대원을 모집하고 일본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다.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계 지사 부부와 황 지사 부부 등 4위의 유해 고국 봉환을 위해 전용기와 함께 전통의장대, 군악대 75명을 카자흐스탄에 파견하는 등 최고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최고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해는 22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영접하는 가운데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각각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봉오동 전투’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홍 장군은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뒤 말년에 알마티의 고려극장 수위로 생계를 꾸리다 1943년 현지에 묻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해봉환식을 계기로 신(新)북방정책 핵심 협력 대상국인 카자흐스탄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간 협력을 하루빨리 이루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고 밝혔다.

알마티·누르술탄=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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